용제 카이더스 12화

2019-11-05 10:28
용제 카이더스 12화
[데일리게임] 태민은 속으로 아린을 엄청 씹어댔다. 가뜩이나 지금 자신의 쪽팔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렇게 중간에서 차단을 하다니… 불만이 가득하긴 했지만 이내 그것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불만을 품어봐야 별로 좋을 것도 없기에.

“별거 아냐. 그냥 승상을 구타했거든. 아무리 황족이지만 이유 없이 누군가를 구타하는 것은 큰 죄거든. 게다가 구타를 당한 대상이 승상이니 귀양 처분을 받은 것도 다행이지.”

“뭔가 이상하네요. 제가 아는 오라버니께서 이유 없이 무슨 행동을 하시는 분이 아닌데… 정말 이유 없이 구타하신 거예요?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

태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그런 태도였다.

아린이 느끼기에는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지만 그가 저런 모습을 보이면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기에 캐물을 수가 없었다.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 이면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있으니… 마치 자신의 속내를 숨기려는 것 같아.’

“알았어요. 그렇게 나오시니 그것에 대해서는 여기서 멈출게요. 그 대신 이곳 환계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어쩐지 오라버니 하시는 말씀으로 보아 한동안 이곳에서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뭐 오라버니만 계시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지만요. 그건 가능하죠?”

“뭐 그거야 어렵지 않으니 말해주긴 하겠는데… 그걸 말하기 전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너는 내가 안 무섭냐?”

“왜 무서워야 해요? 오라버니의 실체가 용이라서요? 그게 뭐 어때서요? 오라버니가 용이라고 해서 제가 아는 오라버니하고 다른 게 있나요? 저는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린의 말과 행동에 태민은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그렇게 말을 하고 생각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가볍게 웃으며 환계에 대해 자신이 하는 한도 내에서 설명해주려고 했다. 속으로는 많이 난감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환계에 대한 것은 단편적인 정보가 전부일 뿐 세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물론 환계의 말 역시 모른다.

무계의 언어 역시 몰랐지만 그곳에서는 어린아이부터 시작을 했기에 충분히 배울 수가 있었다. 이곳에서도 그 방법을 써도 되지만 자신 혼자만 그 방법을 쓸 수 없으며 그 어린아이인 척 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지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그렇게 많은 것을 아는 건 아니야. 귀양지를 선택할 때 잠깐 입수한 단편적인 정보하고, 신계와 마계, 용계에 퍼져 있는 이야기에 환계에 다녀갔던 용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가 전부야.”

“오라버니, 잠깐만요.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게 있어요. 저는 그 여섯 개의 세상이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듣는데 오라버니는 알고 계셨어요. 혹시 그거 오라버니가 속한 용계나 신계, 마계라는 곳에 사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 건가요?”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 알겠다. 맞아. 그 세 곳의 계에 사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어. 하지만 네가 살던 무계나 물질계는 그런 곳이 존재하는지 아예 모르지. 그리고 환계는 아주 극소수만이 알고 있다더라.”

“어째서 그런 거죠?”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나는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

아린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태민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조금 전에 하다만 설명을 마저 하려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막 하려는 순간 거대한 존재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린 역시 느꼈는지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태민은 그런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그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 * *

시레오드 산맥의 동쪽의 지배자이자 환계에 존재하는 최고의 생명체인 드래곤 중의 하나인 레드 드래곤 루비에드는 상당히 불쾌했다. 700년 만에 드래곤들 대 집회가 있어서 거기에 다녀왔는데 웬 인간 둘이 자신의 집에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좋은 의도로 온 것이든 나쁜 의도로 온 것이든 간에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집까지 들어가 있다니… 가만 놔둘 수 없었다.

그녀는 해츨링 시절 자신의 아버지에게 누구와 싸우든 먼저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본신으로 집의 출입구 앞에 내려섰다(그녀의 취향 상 본신의 모습으로 들어가기에는 동굴이 작다).

쿵!

루비에드가 레어의 출입구에 내려서자 굉음이 들려왔다. 자신에게는 익숙한 소리고 가볍게 착지한 것이기에 아무렇지도 않았고 이 소리를 들은 저 인간들이 많이 놀라서 잔뜩 기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레어의 출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되는 위치에 두 명의 인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 여자로 보이는 인간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남자로 보이는 인간에게 안겨 있었고, 그 남자로 보이는 인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 * *

태민은 오랜만에 보는 드래곤이 무척 반가웠다. 용계에서만 보던 드래곤이다. 환계에도 드래곤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엄청 반가웠다.

그 반가운 마음에 태민은 드래곤에게 말을 걸었다.

“이햐! 그 날개 멋있는데!”

용계에서는 드래곤들의 외모에 대해 칭찬할 때 날개나 꼬리 혹은 머리의 뿔을 가지고 칭찬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현신했을 때 내세울 수 있는 모습은 그것밖에 없었다. 태민 역시 그렇게 하며 지내왔기에 당연하다는 듯이 칭찬했다.

“guaces otos remudia okeroa diecusa.”

하지만 그 드래곤에게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에 태민은 자신이 환계의 말을 모른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낼 수 있었고, 예전에 자신에게 환계의 말을 가르쳐준다는 이가 있을 때 그것을 거절한 것을 후회했다.

“젠장, 진짜 예전에 배우라고 할 때 안 배운 것이 후회되는군. 용계의 언어로 말해봐야 못 알아들을 테고 이거 참 난감하군. 반가워도 반갑다는 표현을 못하니…….”

태민은 투덜거리며 상대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 드래곤의 존재를 처음 느낀 순간부터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드래곤의 눈에 불만이 상당했다.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거 기분이 상당히 나빠지려고 그러네.’

태민은 아린을 등 뒤에 서게 하고 잔뜩 경계했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슨 이유든 공격을 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지금 금제가 풀린 입장이기에 저 드래곤이 공격을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sedos kamiur oreo.”

주문을 외우는 것일까?

드래곤이 뭐라고 읊조리자 그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으며 이윽고 그 빛은 드래곤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그리고 그 거대한 덩치가 점점 작아지더니 태민과 크기가 비슷해지자 그 빛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빛이 사라지자 드래곤은 아주 예쁜 아가씨로 폴리모프하여 안으로 들어왔다.

아린은 처음 보는 광경에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고 태민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곳의 드래곤들이 용계의 드래곤들과 똑같다면 저 빨간 드래곤은 성격이 상당히 급할 것이다. 다혈질의 기색이 있어 욱하면 바로 덤빌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바로 피하면 되지만 아린이 있어서 그럴 수도 없으니…….’

“desio wery thoajio mireoe chimdis hun carus.”

드래곤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기에 태민은 짜증이 치밀었다. 안 좋은 감정이 있으면 그냥 공격하면 될 것을 그것도 안 하고 계속 저렇게 말을 거니 짜증이 안 날려야 안 날 수가 없었다.

“젠장, 더는 못 참아!”

“오라버니! 잠깐만요!”

태민은 아린에게 방어술법을 걸어주었다. 이미 금제가 풀린 상황에서 쓰는 것이기에 도정을 상대할 때와 달리 방어술법을 완벽하게 실행시킬 수 있었다.

한편 아린은 드래곤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끼고 태민에게 자신이 느낀 것을 말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더 빨라 그럴 수가 없었다.

방어술법이 완벽하게 구현이 되자 태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드래곤에게 향해갔다.

아린은 그런 태민을 불러 세우려고 방어술법으로 형성된 막을 두드렸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태민은 드래곤의 앞에 서서 말했다.

루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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