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위저드 14화

2020-03-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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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시원하게 뻗은 코는 붉은 입술에 이르러 매력적인 여성의 향취를 풍겼다.

여섯 개의 핀으로 틀어 묶은 백금색의 머리카락은 처음 보는 특이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것이 그녀의 모습을 더욱 신선하게 강조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단순히 얼굴 생김새만으로 따지면 어쩌면 그녀와 비견될 만한 미인이 있을지 모른다. 세상은 넓고 미녀는 많으니까.

하지만 그녀 특유의 분위기나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기품 있는 행동 등을 볼 때 제국을 다 뒤져도 비견될 여성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맑은 아쿠아마린색의 눈은 잠깐 스쳐보기만 했는데도 뇌리에 박혀 잊혀 지지 않았다.

‘여신인가?’

제임스는 완전히 상상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길드장은 그런 멍청한 표정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는지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관심 있냐?”

길드장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솔직히 관심 없겠습니까?”

“하기야 그래서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가능한 한 외부 출입을 안 했지.”

“귀족이겠죠? 혹시 황녀신가요?”

“아니, 제국의 신분으로 따지자면 준귀족 쯤 될 거다. 가문은 평민가문이랄까?”

“예에? 어떻게 평민가문에서 저런 기품 있는 아가씨가 나올 수 있습니까?”

“샤먼이다.”

“아!”

“알겠지? 그녀는 슈앙 밀림의 샤먼이고 제국의 법률 중 대부분에 대한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는 신분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길드장께서...”

제임스는 겨우 길드장의 행동을 납득할 수 있었다. 길드장의 모친은 밀림의 원주민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어렸을 때 밀림에서 자랐다.

샤먼은 원주민들에게 있어 정령신의 신관이자 부족의 장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방금 나간 시르카란 여자는 여왕과도 같은 지위인 것이다.

그 이외에도 마법사라는 특징도 있지만, 그것은 제임스에게 말을 할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길드장은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손을 들어 까닥까닥 하고 흔들며 말했다.

“알면 됐다. 그러니 깨끗이 포기하고 나가봐라. 너 같은 특급용병이 벌써 며칠째 노는 거냐? 그만 놀고 일이나 하나 해라.”

“싫습니다.”

“뭐? 너 죽을래?”

길드장이 인상을 쓰자 방안의 분위기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것은 좋지 않아! 제임스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아무리 그가 용병들 중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실력 하나로 길드장이 된 이 남자를 이길 수는 없다. 그리고 서열이 있기 때문에 성질을 부리면 반항하기도 쉽지 않다.

그는 급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라 일은 이미 찾았거든요.”

“뭐? 언제? 난 그런 보고 받은 일이 없는데?”

길드장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 제임스란 놈은 실력은 있는데 워낙 일을 안 해서 수중에 돈이 완전히 바닥나야 겨우 일을 하는 놈이다. 그런데 아직 지난번 임무에서 받은 돈을 절반도 쓰지 않았는데 새로운 일을 찾아 놓았다니?

처음 있는 일이고, 만약 사실이라면 경사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때, 제임스가 슬슬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저런 미녀가 혼자서 돌아다니면 얼마나 위험하겠습니까? 제가 호위를 하겠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 제임스, 30세! 드디어 노는 것 이외에 인생에 가치가 있는 걸 찾았습니다. 그럼!”

-척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용병길드 특유의 경례를 했다. 그리고는 검을 뽑아드는 길드장을 피해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곳은 3층이었지만 제임스는 특급용병의 명성에 걸맞게 훌륭하게 공중 2회전을 하며 땅에 착지했다.

-휘익, 파파파팍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머리 위에서 날아온 것은 바로 네 개의 단검이었다. 제임스는 그걸 보지도 않고 피하며 자신의 숙소로 뛰었다.

길드장은 자신의 허리에 꼽혀있는 단검을 사정없이 던지다가 결국 제임스를 놓치자 그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놈이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거지. 감히 시르카님에게 흑심을 품어?”

그리고는 길드장은 조용히 벽에 있는 벽장을 열었다. 그곳에는 한 자루의 검이 걸려 있었다. 길드장은 그것을 두 손으로 잡고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스르릉, 파앗

검이 뽑히는 순간 섬광이 일었다가 사라졌다. 검집 속에 갇혀 나가지 못하던 기운이 검이 뽑히면서 일순간에 발산되는 것이다.

길드장이 평소 허리에 차고 다니는 검은 예식용 검에 불과하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강하지만 젊었을 때 전장에서 사용했던 검은 바로 마법의 힘을 지닌 이 검이었다.

“흐흐흐, 데이라이트(Daylight), 내가 이놈을 또 쓰게 될 줄이야.”

길드장은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과 입가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은 살기! 그는 제임스를 용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날 레드 타이거 용병길드의 길드장 카슈와 특급용병 제임스는 제국의 수도 스틸문에서 자취를 감췄다. 아무런 의뢰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사라진 것이다.

용병길드는 발칵 뒤집혔다. 길드원들은 필사적으로 그들을 찾았지만 결국 수도를 벗어났다는 것만을 확인했을 뿐, 그들이 무슨 이유 때문에 사라진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과거 용병왕이라고까지 불렸던 길드장 카슈가 다시 자신의 애검까지 꺼내들고 해야 할 일이다. 그것도 젊은 용병 중에서 최고의 검사라는 쿨소드 제임스까지 동행했으니 어쩌면 대륙을 진동시킬 엄청난 일일지도 모른다.

소문은 곧 수도의 곳곳에 퍼졌다. 도둑길드에서도 긴장하여 집중적인 조사에 착수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이안 제국의 황실에서도 조사관을 파견했다고 한다.

아무도 진상을 모르는 사이, 제임스의 사랑의 여정에는 점점 더 많은 추적자가 따라붙고 있었다.

* * *

라크는 계곡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 뒤로 산적의 일당이었던 마법사가 거친 숨을 내쉬며 따라왔다.

마법사란 사로잡을 수 없는 존재이다. 아무리 묶어 두어도 조금만 빈틈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벗어난다. 그리고 자신을 잡은 자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용병들은 자신의 적들 중에 마법사가 있으면 무조건 죽인다.

하지만 이쪽에도 마법사가 있으면 예외이다. 나름대로 마법의 금제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크는 용병들에게 마법사를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길버트는 그것을 쾌히 승낙했고, 결국 이 마법사의 생사여탈권은 라크에게 넘어왔다.

“헉헉헉, 이봐, 조금 쉬었다 가자! 쓰러질 것 같다고!”

체력의 한계에 달한 마법사가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으며 말했다.

라크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상대는 라크를 우습게 보는지 아예 드러누운 상태였다. 지금까지 툭하면 쉬고, 조금 걷다가 다시 주저앉는 것을 반복한 그였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도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산줄기를 따라 이동하여 옆 왕국까지 가야할 상황이다. 서둘러도 이주는 꼬박 산길을 가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그 두 배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

라크는 속으로 웃었다. 상대의 의도는 뻔히 보였다. 일단 도시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자신과 둘이 있을 때 시간을 끌면서 도망갈 기회를 엿보려는 것이다.

다른 용병들하고 갔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행위이다. 그는 라크가 젊고 마음이 모질지 못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내가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산적들을 모두 베었지만 죽은 자는 없다. 잠들어서 꿈을 꾸었을 뿐이다.

‘뭐,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겠지.’

라크는 그렇게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마법사에게 갔다. 그리고는 그의 머리맡에 쭈그리고 앉아서 물었다.

“쉬고 싶나요?”

“그래! 난 더 이상 못 걸어!”

“체력이 형편없군요.”

“흥, 난 이래 뵈도 귀하게 자란 몸이다.”

산적에게 봉사하는 마법사가 귀하게 자랐다고 한다. 라크는 씨익 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마침 어두워지기 시작했군요. 이걸 드세요.”

그러면서 내민 것은 마을에서 받아온 빵과 음료였다. 그리고는 그 자신도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그것을 먹었다. 속으로는 어떻게 이 애송이 마법사를 따돌리고 몸을 피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저녁을 다 먹고 나니 완전히 해가 지고 어둠이 산에 드리웠다.

“자야겠네요.”

라크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들린 붉은 단검을 꺼내 마법사의 배에 대었다.

“어헉, 무슨 짓이냐!”

마법사는 크게 놀라 외쳤다. 설마 이놈이 날 죽이려는 것일까? 그러나 라크는 웃으면서 말했다.

“드림 블레이드란 마법입니다. 이놈은 그 중에 하나로 영혼을 상처 입혀 악몽을 꾸게 하지요.”

“뭐? 뭐라고!”

보통 드림 블레이드에 영혼이 상처를 입으면 그 순간의 기억이 상실되는데, 그것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꿈속에 묻혀 버리는 거라서 설명을 들을 경우 기억이 바로 되살아난다.

그때서야 마법사는 전날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 기억해 내었다. 그리고 깨어날 때까지 끊임없이 악몽을 꾼 이유를 알았다.

“그럼 편히 주무세요. 아아, 움직이지는 말고요. 잘못하면 이삼일 정도를 계속해서 잠들 수도 있어요.”

“아,안돼! 가까이 오지 마!”

-푸욱

마법사가 기겁을 해서 몸이 묶인 채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라크의 단검이 마법사의 배를 찔렀다. 마법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잠들었다. 그리고는 가끔씩 전신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움직이지 말라니까요. 쳇. 늦잠을 자게 생겼군.”

라크는 잘못해서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깊게 찔려서 낮이 될 때까지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이 없는데 그냥 매고 갈까? 라크는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그럴 것 까지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그 역시 서둘러 산길을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라크는 잠든 마법사가 있는 곳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으로 가서 조용히 자신의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마그나타와는 결판을 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의 존재이유니까. 하지만 라크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 급하다. 세상에 라크가 둘이 존재할 수는 없으니까.

“잘 되겠지.”

그는 낙천적으로 생각하기로 결심하고 자리에 누웠다.

두 개의 달이 뜨는 밤, 산속은 평화로웠다.

Chap 5. 자이로의 마법길드

멜로니아 왕국은 대륙 서쪽에 위치한 작은 소국 중 하나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멜로니아 왕국도 현재 라시아 대륙의 패자인 가이안 제국에 대한 종속 동맹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는 가이안 제국보다 오래되었고, 또 대륙의 남부와 북부 사이에서 중계무역으로 인해 적지 않은 부를 쌓고 있었다.

라크는 보름에 걸쳐 하이얀 산맥의 산줄기를 따라 이동하여 결국 이 왕국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도중에는 무척 험한 곳이 많고, 마물도 적지 않게 만났지만 라크의 이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단지 그와 동행한 마법사만 죽을 고생을 했을 뿐이다. 이제는 완전히 라크에게 굴복한 그 마법사의 이름은 바로 재크라 했다.

“그러니까 지라트의 명으로 샬칸을 지원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샬칸과 그의 부하들이 대규모 토벌군에 쫒기면서도 큰 피해 없이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지라트님의 입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으음, 그렇군요.”

라크는 재크의 말을 듣고 별로 좋지 않은 안색을 했다.

지라트, 그는 북부 산맥에 자신의 탑을 가진 고위마법사이다. 세상에 12명만 존재하는 상위마법사만이 가질 수 있는 마법사의 탑, 그중 냉기의 탑의 주인이 바로 지라트인 것이다. 그를 상징하는 색은 바로 은색. 감정을 가지지 않은 얼음의 색이다.

“그런 거물이 왜 산적 따위를 도우는 거죠?”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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