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위저드 15화

2020-03-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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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그거야 제가 알 도리가 있습니까? 전 현자의 탑 소속도 아니고, 출신도 북부이기 때문에 지라트님의 비위를 거스릴 수는 없거든요.”

재크는 ‘나는 원래 착한 마법사에요’라는 눈으로 라크를 보며 말했다.

이제 악몽이라면 지긋지긋 했다. 며칠 동안 악몽을 꾸었더니 아예 불면증에 걸려 스스로는 잠을 잘 수가 없게 된 재크였다.

결국 라크는 자신의 또 하나의 검으로 그를 재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단검이었기 때문에 재크는 정말 지옥에서 천국으로 단번에 이사를 한 기분이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은 라크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 상태였다.

라크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크씨가 샬칸의 밑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일단 불문에 붙이지요. 어차피 재크란 이름을 쓸 수도 없을 테니까요. 새로 태어난 셈 치십시오.”

“하하하, 그거야 이를 말씀이십니까? 이제부터는 저를 베르타라고 불러 주십시오.”

“두 번째 인생이란 뜻입니까?”

“그렇지요. 핫, 핫, 핫.”

마법사는 쑥스러운 듯 억지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미 라크에게 완전히 굴복을 한 상황이었다. 단순히 정신고문을 이기지 못해서 그렇게 된 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난 보름간 라크와 같이 지내면서 그의 그릇과 성격을 엿보게 된 것이 그가 결심하게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

재크, 이제는 베르타가 된 마법사는 라크를 고위 마법사 중 한명이라고 판단했다.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건 마법으로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가 아는 서클 마법 중에 라크와 같은 수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소환해 내는 두 개의 형체 없는 단검은 상위마법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컸다.

12개의 탑 중 어느 쪽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영혼의 탑이나 환영의 탑일지도 모른다. 분위기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어둠의 탑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숲이나 피, 혹은 땅과 같은 물질적인 계파는 아니다.

어쨌든 간에 냉기의 지라트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명확했다.

즉, 지라트는 라크의 손에서 자신을 구해낼 수 없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베르타는 즉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라크에게 충성의 맹세를 했다.

라크가 허락하던 안하던 마법사로써 자신의 심장에 있는 마나를 걸고 맹세를 한 이상 베라트는 라크의 수하가 된 것이다.

그것으로 정신적인 상처가 회복되고 베라트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정상적으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실이 지라트에게 걸리면 죽음보다 더 한 보복을 받을 것이 뻔하다. 그 자신뿐만 아니라 관련된 사람 중 마법의 영역에 관계된 자는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된다.

민간인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위 마법사들 간의 불문율이기는 해도 그의 친척 중에는 하위 마법사도 몇 명 있기에 그들이 위험하다.

그러나 일단 자신이 죽은 것으로 하면 그들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다. 그래서 그는 영원히 베르타로 살기로 결심을 했다.

“그런데 정말 하실 생각이십니까?”

베르타는 눈앞에 보이는 도시를 관찰하면서 라크에게 물었다. 라크에게 충성을 맹세한 지 3일 만에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이쪽이 더 급하지 않습니까?”

“그게 말입니다. 하아.”

베르타는 말을 하다말고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 무덤을 판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는 오늘에야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라크에게 충성을 맹세한 그였지만 지라트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평생 남부에서 살면서 지라트의 세력권 근처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라크에게 이 지역의 정보를 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이곳은 지라트의 마수가 뻗어있는 곳이니 가능하면 피해서 가자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베르타의 말을 들은 라크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산에서 나왔다. 원래는 더욱 동쪽으로 가려던 모양이었는데, 지라트의 마수가 뻗어있다면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설마 이자가 지라트님에게 정면으로 대항할 생각이었을 줄이야!’

이것은 괴수대전이다. 베르타는 그들 사이에 낀 가여운 개미와도 같았다. 둘 중 누군가가 무심코 밟으면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질 것이 뻔하다.

‘약한 자의 설움이여!’

베르타는 속으로 그렇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라크의 앞에서 정면으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 베르타의 심정을 모르는 라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은 3개월 전에 용병길드에 의뢰한 일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합니다.”

“사람을 찾는 의뢰 말이군요. 라크님하고 같은 이름의 사람.”

“그렇습니다. 그리고 따로 몇 가지 준비를 해 놓을 생각입니다.”

“준비라고요?”

“예, 언제까지나 정처 없이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제 영역을 만들 것입니다.”

“영역...이란 말이군요.”

베르타는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다가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라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원래 저는 모스 왕국의 골든데빌을 처치하러 갈 생각이었습니다만.”

“어헉, 골든데빌!”

“베르타 씨가 지라트에 대한 정보를 주신 덕분에 이곳을 먼저 들렀습니다. 덕분에 훨씬 많은 준비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베리타는 라크의 말에 더없이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역시 확인을 해야 해!’

그는 굳게 결심을 하고 라크에게 물었다.

“그럼 지라트와 정면으로 적대를 하게 되는 겁니까?”

“정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군요. 우연의 일치로 제가 하려는 일과 그가 하려는 일이 겹치는 것뿐입니다.”

“그,그게...”

베르타는 뭔가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라크는 오히려 베르타에게 말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리는 베르타씨가 맡아 주셔야 합니다.”

“후우, 역시 그렇군요.”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베르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기사나 귀족들에게는 영지가 있다. 왕국에게는 영토가 있다. 하지만 마법사에게는 영역이 있을 뿐이다. 공간적인 개념 보다는 확보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이다.

가이안 제국이 건립되고, 대마녀 티모라의 제자인 유스 파라나이트에 의해 현자의 탑이 재건된 후, 마법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마법사들은 점점 강해져 갔다. 그 후에 강력한 힘을 얻은 마법사들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 바로 마나의 확보이다. 마나가 풍부한 장소에는 거의 대부분 마법사들이 들어섰다.

현자의 탑의 경우는 제국의 수도 스틸문에 위치해 있지만, 그곳에는 대륙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하이얀 산맥의 모든 마나가 흘러가게끔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는 7개나 되는 탑이 있고, 반대로 하이얀 산맥에는 그 어떤 마법사도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그 외에 가장 중요한 다섯 장소에도 고위마법사의 탑이 들어섰다.

그렇게 12개의 탑이 있고, 그 사이의 요소요소에 마법사들이 서로 눈치를 봐가며 자리를 잡은 것이 현재의 상태이다.

하지만 욕심이란 것은 끝이 없는 법, 자연적인 마나의 흐름에 만족을 하지 못한 마법사들은 마나의 흐름을 제어하는 마법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고정 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흐름을 살짝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잘 하면 자신의 영역에 커다란 마나의 흐름이 지나가도록 할 수도 있다. 물론 마법진의 위력이 강하면 더욱 많은 마나를 끌어올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곳에는 피해가 발생한다.

그로인해 수많은 분쟁이 일어났다.

생명과도 같은 마나의 쟁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태가 점점 심화되고, 결국 위대한 가이안 제국의 황제가 명을 내려 대륙의 모든 고위마법사들이 모여 협약을 만들기까지 거의 10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흘린 마법사들의 피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민감했다.

라크는 베르타를 보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가 볼까요?”

“자이로의 저택을 말하는 거겠지요?”

“그렇습니다. 그곳에서 다른 마법사들에게 이곳이 제 영역이라는 것을 인정받기로 합니다.”

“알겠습니다.”

베르타는 정말 그곳에 가기 싫었다. 아무리 전대의 자이로가 후계자를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고 해도 이 지방의 모든 마법사들이 모여 다음 대의 맹주를 정하려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 이름 모를 마법사가 나타나 그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마법사들을 감당해 내야 한다.

상식적으로 말해 미친 짓이다. 그러나...

베르타는 곁눈질로 슬쩍 라크를 보았다. 그는 이미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이자는 틀림없이 고위마법사나 그 후계자야.’

어째서 탑에 있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차지하려는 지는 모른다. 지라트도 수하를 보내 이곳을 접수하려고는 하고 있지만 그 자신이 나오지는 않았다.

원래 고위마법은 단 한명의 후계자에게만 이어진다, 만약 당대에 같은 계열의 고위마법을 두 명의 마법사가 깨닫게 되면 그들은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가이안 제국의 황실에서 주도한 고위마법사들의 협약내용 중 가장 무거운 것이다.

‘혹시?’

13번째? 베르타는 그런 생각을 했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마법사가 탄생했다면 이미 대대적으로 발표가 있어야 한다.

‘알게 뭐냐? 알아서 하겠지. 쩝.’

베르타는 드디어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 그런 포기하는 마음가짐이 될 수 있었기에 일찍이 냉기의 마법사가 그를 산적에게 보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는 결론을 내렸다. 패하면 죽든가 저주를 받던가 하나이다. 잘못되면 망한다.

하지만 잘 하면 한 지방의 마법사를 대표하는 자의 대리관리자가 된다. 즉, 이 지방의 마법길드의 총무가 되는 것이다.

‘최소한 지라트와 정면으로 붙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니 자이로의 저택은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 베르타는 두 손을 꼬옥 쥐고는 라크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차 한 잔을 마실 시간동안 큰 길을 따라 걸으니 화려한 3층 저택이 나타났다.

담장이나 정원이 따로 없이 그냥 통짜 건물로 되어 있는 그 저택은 대문부터가 무척 기괴하게 생겼다.

마치 거대한 사람의 얼굴과도 같은 문이었다. 반쯤은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모습으로 머리 쓴 특유의 헬멧으로 보아 스톰 자이언트의 얼굴모양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문에 새겨진 눈은 세 개였다. 양쪽 눈 사이 아래쪽으로 또 하나의 눈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아래로 코가 이어졌다.

“신기하군요. 보통 세 번째의 눈은 이마에 그리지 않나요?”

베르타가 재미있다는 듯 라크에게 물었다. 이곳은 원래 그가 있던 북부지역과는 정말로 멀리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관습이나 지역역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자이로 가문이 이 지역의 수장이었고, 1년 전 대가 끊겼다는 것만을 마법사 길드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을 뿐이다.

“글쎄요. 역삼각형 위치를 점한 눈에 대해서는 저도 들은 바가 없군요.”

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가서 코에 걸린 문고리를 잡아 탕탕하고 문에 부딪쳤다.

그러자 가운데 눈동자 부분이 열리며 안에서 누군가가 라크를 보았다.

“누구요?”

베르타는 잽싸게 앞으로 나와 라크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이미 그들은 이곳에 와서 어떤 식으로 움직일 것인지 정해 놓은 상태였다.

“베르타, 마나의 길을 가는 자입니다. 자이로의 거처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흠, 같은 길을 가는 자라면 이미 들어서 알겠지만, 자이로는 소멸되었소. 그러니 그냥 보통 여관에 가시오.”

“자이로가 소멸되었다면, 새로운 주인의 저택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아직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오. 그대는 그대의 저택에 들른 지 오래되었나 보구려?”

문 안쪽의 사람은 베르타에게 규칙에 따라 말을 했다. 그들은 외부에서는 절대로 길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저택이라고 표현할 뿐이다.

보통 이렇게 말을 하면 방문자는 조용히 돌아가서 일반 여관에 묵고는 가능한 한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떠나게 된다.

만약 여기서 더 귀찮게 하거나 도시 내에서 마법을 이용해 소란을 피우기라도 하면 이 일대의 모든 마법사들은 방문자와 방문자의 지역에 원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베르타는 그것을 겁내지 않았다. 오히려 라크와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 지역의 모든 마법사들과의 힘의 경쟁이었다.

베르타는 웃으면서 말했다.

“과연! 그렇다면 이 저택은 주인이 없군요. 그대는 저를 막을 권리가 없습니다.”

“뭐라고? 그럼 그대는 자이로 이후의 사람을 우리가 정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단번에 험악해진 말투, 그것은 상대가 극도로 화가 났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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