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위저드 19화

2020-03-0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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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하아, 라크님의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사정을 알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할 뿐입니다.”

마법사들은 그때서야 자신들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이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라크를 보니 확실히 그가 자신들을 죽이려 마음먹었다면 단 한사람도 살아남기 힘들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가족까지도 배신자의 낙인이 찍힌 채 평생 힘든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얼굴이 깨지고 팔다리가 부러진 상태였기에 고통이 말도 못하게 심했다. 하지만 베르타의 말대로 그것이 가벼운 징계였다고 생각하니 고통도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

늙은 마법사 한명이 베르타에게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소. 라크님의 배려에 감사드릴 뿐이오.”

“알아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모두 남부의 마법사가 아닙니까?”

베르타는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곧 마법을 시전하여 마법사들을 묶은 밧줄을 풀었다. 곧 메저트를 제외한 모든 마법사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사람들은 묵묵히 일어나 제각기 자신들의 몸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는 조심스러운 눈으로 라크와 베르타를 보았다.

베르타는 일이 다 되었음을 깨닫고 라크에게 말했다.

“이제 저들이 대화를 할 준비가 된 듯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극히 정중한 목소리였다. 평소의 그의 어조와는 전혀 달랐다.

라크는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

‘엄숙하자.’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대표자 세 명과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베르타가 대답을 하고 마법사들에게 눈짓을 하자, 그중 눈치가 빠른 마법사가 얼른 나와서 라크에게 허리를 굽혔다.

“길드장실로 안내하겠습니다. 그곳이라면 조용한 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라크는 여전히 차분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뜻밖에도 베르타는 교묘한 언변덕분에 일이 아주 쉽게 풀렸기 때문이다.

‘이자는 탁월한 연기자다. 말 자체가 마법과도 같은데?’

세상은 그것을 정치력이라고도 한다. 라크가 보기에 베르타의 마법 수준은 4서클에 불과하지만 정치력은 8서클은 되어 보였다.

라크는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안내를 하는 자의 뒤를 따랐다. 모든 사람들이 라크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 주었다.

그 뒤로 베르타가 메저트를 가두고 다른 마법사들이 대표자를 선출하도록 정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Chap 6. 쫒고 쫒기는 자

마법사란 일반인은 거의 모르는 신비의 대상이다. 누구나 수련하면 그만큼 강해질 수 있는 육체적인 힘이 아니다.

마나를 느끼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천명에 한명도 안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 일부분이 그 재능을 인정받아 마법사가 되는 것이다.

그중 다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머리가 좋고 감각 자체도 뛰어난 자가 상위의 마법사가 된다.

실제로 라시아 대륙 전체의 인구는 2억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마법사의 수는 약 6천에 불과하다. 그 중 상위 마법사의 수는 200정도이다.

그리고 정점에는 모든 마법사의 선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고위마법사가 있다.

자신들만의 특수한 마법체계를 가진 자들, 그들은 특별한 존재들이다. 일반적인 서클 마법사들은 그들에 비하면 마법기술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위마법사들이라고 해도 모두 같은 수준은 아니다. 탑의 계승자로써 다른 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가지지만, 그중에는 80도 넘은 노마법사도 있고, 몇 년 전에야 겨우 탑의 주인이 된 젊은 마법사도 있다.

10년 전, 대륙 최강의 마법사이자 현자의 탑의 수장이었던 진화의 라시타가 죽은 뒤, 현재 최강으로 평가되는 고위마법사는 영혼의 탑의 수장인 마그나타이다.

그는 라시타가 살아있을 때에도 결코 그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자였다. 하지만 그때는 라시타의 옆에 6명이나 되는 고위 마법사가 같이 있었다.

현자의 탑이란 7개의 고위마법사의 탑이 모여 있기에 강한 것이다. 그로인해 마그나타는 수십 년 동안 2인자의 위치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마그나타는 과거를 회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앞에 서 있는 지라트를 보고 말했다.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마그나타님의 마력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으니 이제 현자의 탑의 새로운 주인이 되셔야 합니다.”

“흠, 그건 어렵지 않네. 법의 수호자 린도르는 이미 병들었지. 그가 죽으면 더 이상 나의 앞을 막을 자는 없으니까.”

마그나타는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사실 그가 약간이나마 염려하는 것은 현자의 탑의 모든 고위 마법사들이 힘을 합쳐 덤비는 것뿐이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마그나타는 6명의 고위마법사를 상대로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마그나타라고 해도 가이안 제국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마법사는 처음 마법을 배울 때, 제국의 일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진실해야 한다. 그래야 말에 힘이 실리고, 그것이 주문을 강하게 한다. 거짓을 말하고 맹세를 어기는 마법사는 결코 강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그나타는 가이안 황실과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현자의 탑의 모든 고위마법사들을 상대로 마법대전을 일으키는 것을 꺼려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마그나타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린도르가 죽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린도르가 아직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가이안 제국의 궁중마법사라는 것인데, 일단 그가 죽으면 새로운 제국의 궁중마법사는 항렬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코 마그나타에게 대항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자의 탑의 마법사 중 세 명은 이미 굴복을 한 상태이다. 그리고 다른 한명인 숲의 마법사도 곧 굴복하게 된다. 그리고 빛의 마법사는 제거될 것이다.

“1년 안으로 정리되겠군.”

마그나타는 계산을 끝내고는 지라트에게 확인하듯 말했다. 지라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자네의 일이 실패를 했다고?”

“별것 아닙니다. 사소한 일이지요.”

지라트는 마그나타나 신경 쓸 일은 아니라는 듯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속은 분노의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다.

가뜩이나 연속으로 일이 실패해 기분이 나쁜 상태였는데, 마그나타가 그걸 물어본 것이다.

“나중을 대비해서 남부에 몇 군데 세력을 만들어 두려고 한 것이 실패했을 뿐이니까요.”

그는 다시 변명하듯 말했다. 하지만 마그나타는 다 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게 작은 일은 아니지. 적어도 십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들었네. 그리고 던호른 왕국의 일을 돕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하하하, 이것 참, 마그나타님의 시야를 벗어날 수 없군요. 그렇습니다. 던호른 왕국과 듀라스 왕국의 분쟁은 이제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는 문제지요. 아마 가이안 제국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흠, 그럼 수십 년 만에 왕국간의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듀라스는 지도에서 사라지고 던호른 왕국이 그곳까지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자네가 힘을 쓴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조심하게, 듀라스에서도 누군가 힘을 쓸지도 모르니까.”

마그나타는 은근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그러자 지라트는 차가운 눈빛을 발하며 약간 비뚤어진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습니다. 블래사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하지만 이번에 그가 나온다면 아마 염화의 탑은 새로운 수장을 찾아야 할 겁니다.”

“하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지금의 자네는 정말로 강하니까.”

“다 마그나타님께서 비술을 아끼지 않고 공개하신 덕분입니다.”

“과거의 비술은 더 이상 비술이 아니지. 영혼의 늪은 더할 나위 없이 깊네. 나는 이미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으니 그전의 것은 나를 따르는 자에게 가르쳐 준 것뿐일세.”

“마그나타님의 마력에 세상이 놀랄 것입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되겠지. 이제 곧 말이야.”

그들은 그렇게 담소를 나누었다. 세상에 단 12명밖에 없는 고위마법사들이기 때문에 서로간의 영역은 어느 정도 존중을 해 준다. 마그타나는 강력한 마력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이런 점에서는 철저하게 지라트에게 예의를 지켰다.

지라트는 그런 마그나타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 드는 것을 느꼈지만, 그 역시 정점에 선 고위마법사답게 당당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지라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저는 당분간 던호른 왕국의 일에 전념하겠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개의치 말게. 중요한 것은 성과이니.”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지라트는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는 대전 밖으로 걸어나갔다.

마그나타는 그런 지라트를 차분한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지라트가 나가자 한 손을 들어 조용히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난 투명한 방울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다.

-딸랑딸랑

“부르셨습니까?”

반투명한 유령의 모습을 한 여성이 마그나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울메이드, 마그나타가 만든 탑의 수호자이자 하녀였다.

마그나타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명했다.

“다음 손님을.”

“알겠습니다.”

소울메이드는 대답을 하며 그대로 허공으로 떠올라 천정 속으로 사라졌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영혼의 공간감각을 가진 그녀에게 있어서 이 영혼의 탑은 집과도 같았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한쪽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마그나타는 미소를 지으며 그자에게 손을 내밀어 환대의 뜻을 밝혔다.

“어서 오게.”

“기다렸습니다.”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는 상당히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허허허, 기다림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군.”

“때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단지 지라트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기분 나쁠 뿐입니다.”

“그건 좋지 않군. 자네들은 너무 사이가 나빠.”

“아마 제가 그놈을 싫어하는 것보다 그놈이 저를 더 싫어할 텐데요?”

“허허허허, 그건 그렇지.”

마그나타는 다시 웃었다. 눈앞의 남자의 성격은 익히 알고 있다. 블래사! 염화의 탑의 주인인 그는 광전사와도 같이 성미가 급한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앞에서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 점을 봐서 일단은 너그럽게 봐주기로 했다. 마그나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떻게 할 건가?”

“전쟁 말입니까?”

“그렇네, 지라트는 적극적으로 가담할 생각인 것 같더군.”

“고위마법사가 왕국의 전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마법사는 국경이 없는 존재, 제국과는 상호불가침의 맹약을 맺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하지만 제국은 몰라도 왕국은 정해지지 않았으니 지라트를 말릴 수도 없지.”

마그나타는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블래사의 머리카락이 마치 정말로 불타오르는 것처럼 위쪽으로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전신이 입고 있는 로브처럼 붉어졌다.

“상대가 덤벼오는데야 피할 수는 없지요. 블래사의 불꽃은 업화의 불꽃, 상대가 먼저 덤빈다면 인과율에 따라 몇배나 강하게 타오릅니다.”

나직하지만 강한 힘이 실린 목소리렸다. 그 목소리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마그나타는 속으로 감탄을 했다. 확실히 블래사는 소문보다 강하다.

‘이번에는 지라트가 실패를 하겠군.’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고위 마법사들의 싸움은 결과를 보기 전엔 예측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잘 해보게. 난 관여하지 않겠네.”

마그나타는 그렇게 선언했다. 그러자 블래사는 그의 붉은 입술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씀을 듣고 싶었습니다. 마그나타님은 모든 고위마법사의 위에 서실 분, 남과 북의 분쟁에는 벗어나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이네. 난 현자의 탑으로 갈 생각이니 더 이상 북의 마법사가 아니지. 예전 진화의 탑이 내 새로운 탑이 될 것이네.”

마그나타는 안심하라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블래사와 약간의 담소를 나누었다.

시간이 흘러 블래사도 돌아가자 마그나타는 드디어 혼자가 되었다.

적막에 쌓인 대전에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참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하, 이제 멀지 않았다!”

마그나타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계속해서 웃었다. 고위마법사들을 모두 복종시킨다.

그리하여 마법의 조종이라고 불리는 대마녀 티모라의 뒤를 이어 아크메이지의 명칭을 얻는 것이 그의 인생의 목표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였다.

* * *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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