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위저드 23화

2020-03-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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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자네야말로 대단하군. 실체가 어디 숨어 있는지 전혀 찾을 수가 없어. 그 단검은 진짜인가?”

카슈도 나름대로 감탄한 듯 말했다. 언제 라크가 환영으로 변했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자신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환영을 남기고 본체는 숨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라크의 몸에서는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워낙 확실해서 다른 감각이 보내오는 신호를 무시했던 것 같다.

상대의 움직임은 무척 빠르기는 해도 전혀 검법을 수련한 자의 몸놀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었는데, 막상 싸워보니 그게 아니었다.

환영, 그리고 집요하게 자신을 노리는 두 개의 단검. 그건 정말 목숨을 위협할 만한 무서운 것이었다.

나도 아직 미숙하군. 카슈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그때 라크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것에 베이면 제임스 씨처럼 되지요.”

“윽, 단 흙바닥에 얼굴 파묻고 잠들기는 싫은데.”

카슈는 그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리고는 전신의 기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오랜만에 보는 적수에 투지가 끓어올랐다.

-우우우웅

검이 울리며 빛이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또 하나의 기운이 생겨났다.

붉은 기운, 그것은 바로 실체화 된 오러였다.

데이라이트 특유의 밝은 황금의 빛은 붉은 오러에 밀려나는 것 같았다. 두 개의 빛이 서로 힘을 겨루어 자리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두 기운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섞였다. 마법검의 힘과 카슈 내면의 힘이 서로 하나가 되어 소용돌이처럼 감을 감쌌다. 그러면서 사방으로 파도와도 같은 기의 파도가 쉬지 않고 흘러나갔다.

“오러 블레이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룬 분이셨군요.”

라크는 나직한 탄성을 질렀다. 상대가 세상에 몇 명 없는 검의 극한에 달한 자였다니!

기세를 숨기고 있었을 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니 과연 카슈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최강의 자리에 있는 자의 그것이라고 할 만 했다.

“비밀이었지. 보통은 그냥 검집으로 때려서 해결하는데 말이야.”

카슈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검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 완전 상단 자세를 취했다.

상단은 공격의 자세, 단숨에 벼락처럼 상대를 두 쪽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카슈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기의 파장을 사방으로 흘려 보냈다. 보통 이런 식으로 기를 퍼뜨리면 마법으로 숨어 있다고 해도 알 수 있는데 라크의 실체는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가 조용히 숨어 있을 때에만 그렇다고 생각했다. 주문을 시전하려 하거나 몸을 움직이면 즉시 알 수 있을 터였다.

한편 라크는 그대로 서서 카슈의 머리위에 수직으로 세워진 검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했다.

‘내가 왜 이 자와 싸워야 하지?’

생각해보니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상대가 싸움을 걸어와서 일이 벌어졌던 것 같은데, 왜 싸워야 하는지 아직까지 알 수가 없었다.

세상에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자가 몇이나 될까? 그중 한사람이 눈앞에 있다. 그런데 그런 자와 싸우면서도 왜 싸우는지 모른다고 하면 그것이야 말로 기가 막힐 일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검에는 살기가 없다.’

라크는 처음부터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전력을 다하고 있는 지금도 살기는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아마도 카슈는 라크를 베는 순간 오러를 거둘 것이다. 그리고 급소가 아닌 곳을 살짝 베어 승리만을 취하고 목숨은 빼앗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오러 블레이드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은 라크가 사용할 지도 모르는 강력한 마법을 막거나 베어버리기 위한 것이다.

‘단순한 투지 때문인가?’

라크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슬쩍 눈을 돌려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는 제임스를 보았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그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제임스란 자의 실력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뛰어나 보이는 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핑 하고 머리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그는 곧 카슈에게 물었다.

“혹시 제임스 씨를 쫒고 있던 사람이 카슈 씨입니까?”

“그건 그렇다.”

“제가 뒤에 사람이! 라고 말하자 제임스씨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시더군요. 무방비 상태로 말입니다.”

“크윽! 이런 멍청한 놈이 마법사를 앞에 두고 그런 바보짓을 했다고?”

카슈는 그때서야 제임스가 어떻게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상대가 강한 게 문제가 아니라, 제임스가 바보 같아서 당한 것이다.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거리도 되지 않는 마법사 앞에서 딴 짓하기를 그는 한 것이다.

“저와 목숨을 걸고 싸울 생각이 아니시라면 그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카슈님의 검에는 살기가 담겨 있지 않으니 저도 진심으로 싸울 마음은 들지 않는군요.”

라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크흠, 하기야 시르카님이 찾는 사람을 정말로 죽일 수는 없지.”

-우우웅

한숨을 쉬며 검을 내리는 카슈, 검에 담긴 힘은 그런 카슈의 투지와 함께 조금씩 약해졌다.

강적을 만나 흥분을 하는 바람에 오러 블레이드까지 선보이기는 했지만 라크를 진심으로 상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여기서 한발자국만 더 나가면 누군가 죽어도 죽을 것 같았다.

카슈는 겨우 머리가 차가워지고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일단 라크와 싸울 생각을 버리자 곧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네놈이야 말로 죽어야 해!”

-퍽,퍽

그는 미치도록 화가 나는지 발로 제임스를 두어 번 걷어찼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역시 자존심 때문이었군. 자기 수하가 남에게 당하면 기분이 나쁘니까.’

라크는 카슈란 사람이 왜 자신에게 적의를 보였는지 짐작했던 것이 맞았다는 것을 알고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수하가 당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것도 실력이 있는 수하라면 더욱 기분이 안 좋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제 제임스가 어떻게 방심을 하다가 어이없게 당했는지를 알았으니 싸울 의욕은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분노는 멍청한 자에게 돌아간다.

“길드 망신을 혼자서 다 시키는 놈!”

-퍽퍽퍽

카슈는 이제 발로 차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검의 옆면으로 제임스를 패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제임스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라크는 그걸 보고 그들을 놔두고 그냥 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바보는 옮는다.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럼 오해가 풀린 듯 하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하면서 이미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라크였다. 그러나 그때 카슈는 제임스를 손보는 것을 멈추고 라크에게 말했다.

“그렇게 서두를 것은 없지 않나?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시르카님이 그대를 찾기 쉽게 같이 마을로 나가 기다리는 것이 어떻겠나? 내 얼른 사람을 써서 시르카님이 찾아오시도록 하지.”

“시르카? 누굽니까?”

“응? 시르카님을 모르나?”

카슈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산을 통해 다른 왕국으로 가는 라크를 시르카가 찾기는 어려우리라 판단하여 그를 잡아두려고 했는데, 정작 라크 본인은 시르카를 모른다고 한다.

“으음, 슈안 밀림의 샤먼인 시르카 님을 모르나?”

“전 슈안 밀림에 가본 적도 없습니다만.”

“아니, 자네는 갈 필요가 없지. 시르카 님은 몇 년 전까지 현자의 탑에 계셨으니까.”

“현자의 탑이라...”

라크는 카슈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그렇네. 자네도 마법사인 듯 하니 말을 해도 되겠지. 숲의 고위마법사인 시르카님을 모른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네.”

“그렇군요. 정령의 자매라고 불리는 숲의 고위마법사의 이름이 바로 시르카였군요.”

라크는 그때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응? 가만, 지금의 그 대답은 이전까지 시르카님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솔직하게 대답하면 그렇습니다.”

“으음. 아무튼 나와 함께 일단 산을 내려가세. 이상한 점이 좀 많지만 그건 시르카님을 만나면 다 알게 될 테니까.”

“글쎄요. 전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라크는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가 생각하기에 시르카가 고위 마법사 중 한명이라면 마그나타의 수하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만큼 가능하면 지금은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슈카는 라크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바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나도 시르카 님을 생각하면 자네를 그냥 보낼 수는 없네.”

“저는 저의 의지대로 움직입니다.”

“허허허, 그렇게 딱딱하게 나올 것은 없지 않겠나? 이렇게 하지.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난 따라갈 테니.”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못 될 것입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자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난 그저 시르카님과 자네가 만나는 것만 확인하면 되네.”

“흐음.”

라크는 눈앞의 슈카란 남자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상당히 능글능글하게 라크의 말을 받아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손에 뽑아든 검을 집어넣지도 않았다. 빈틈도 보이지 않는다.

적인가? 아니면 아군인가? 어떤 쪽이든 간에 아주 질기고 노련한 자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런데 그때, 라크는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즉시 고개를 돌려 산 정상 쪽을 보았다. 그리고 정상 쪽의 변화를 본 라크의 안색이 변했다.

“피해야합니다.”

“응? 뭐가 말인가?”

라크는 두 말 없이 손을 들어 산 정상을 가리켰다. 검은 그림자와도 같은 것이 정상에서부터 서서히 움직여 라크와 카슈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미 움직이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그놈들은 산 중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아마도 카슈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때 발산한 파동이 벌레들을 자극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저놈들이 우리를 감지한 모양입니다. 가능하면 멀리 벗어나고 싶군요.”

“저건 뭐지?”

“벌레입니다. 모든 생명체를 갉아먹는 것 같더군요.”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겠군.”

카슈는 두말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제임스를 들어 어깨에 매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라크도 같이 달렸다. 이제 곧 해가 뜬다. 그 전에 안전지대로 가야 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벌레들의 움직임이 빨랐다.

-사사사사사

“어억! 이놈들이?”

카슈는 뒤를 돌아보며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그의 수십미터 뒤쪽까지 벌레들의 무리가 다가와 있었다. 제임스를 업고 뛰느라 속도가 늦어진 것이다.

라크는 이미 카슈를 앞질러 뛰고 있었다. 전력으로 달리면서 오로지 자신이 살아남는 데 주력했다.

카슈는 외쳤다.

“같이 가!”

“능력껏 살아남고 만약의 경우 서로를 원망하지 맙시다.”

“으윽, 어떻게 동료를 버리고 혼자 갈 수 있지? 그러고도 자네가 마법사라고 할 수 있나?”

마법사가 꼭 의리를 지키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카슈는 라크의 동료가 아니다. 라크는 속으로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계속 뛰었을 뿐이다.

카슈는 점점 멀어져 가는 라크를 보고는 다급한 마음에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벌레들의 이동속도는 현재 카슈의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이대로라면 곧 따라잡혀 버릴 것 같았다. 마스터고 뭐고 저런 놈들에게 걸리면 방법이 없다. 뼈도 못 추릴 것이다.

그는 다시 자신이 어깨에 메고 있는 제임스를 보았다. 건장한 체격의 성인남자이다. 그 위에 가죽갑옷에 망토까지 입고 있는 그는 정말로 무거웠다.

그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 연신 웃고 있었다.

“제임스, 너 팔자 좋구나.”

캬슈는 이를 갈았다. 그리고는 달리는 속도를 유지한 채 제임스를 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나 막상 던지려니 아주 조금 양심에 찔렸다. 방금 전까지 라크에게 어떻게 동료를 버리고 갈 수 있냐고 말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아니야, 이놈은 어차피 나에게 죽을 운명이었지.”

카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힘을 주어 뒤로 제임스를 던지려고 했다. 아니, 그냥 떨어뜨리고 가기만 하면 된다.

일단 먹이가 있으면 벌레들은 그걸 먹느라 쫒아오는 속도가 조금이라도 늦어질 것이다. 그리고 몸이 가벼워진 그는 더욱 빠르게 도망 칠 수 있다. 살아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나를 원망하지 말아라!”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외치며 제임스를 손에서 놓았다. 그러나 곧 걸음을 멈추고 제임스를 다시 잡았다.

“내가 미친다!”

카슈는 울부짖듯 말하며 바로 몇 미터 앞까지 다가온 벌레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콰쾅

순간적으로 전력을 주입해서 휘둘러진 검의 힘이 땅을 헤집었다.

벌레들은 그 힘에 날려 검은 구름처럼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놈들은 거의 죽지 않았다. 오러에 정면으로 부딪친 놈들은 몸이 부서졌지만, 다른 대부분의 벌레들은 멀쩡했다. 오히려 크게 흥분한 듯 사사사사 소리를 내며 카슈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윽!”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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