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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투맨] 선수 출신 송병구-김동건 코치의 행복한 동거

이소라 기자

2015-01-13 01:44

[맨투맨] 선수 출신 송병구-김동건 코치의 행복한 동거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1990년대에 맹활약했던 가수들을 초청해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무대를 꾸며 엄청난 이슈를 불러 모았습니다. 그때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때를 모르더라도 지금 들어도 세련된 멜로디와 노래를 들으며 열광한 사람들까지 한동안 대한민국은 토토가 열풍 속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최근 e스포츠에서도 과거에 활약했던 선수들이 하나 둘 돌아오면서 팬들을 추억 속에 잠기게 하는데요. 특히 삼성 갤럭시 칸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팀을 보면 자연스럽게 예전 추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팀 에이스로 활약할 것만 같던 삼성 갤럭시 칸 송병구가 어느덧 플레잉 코치로 팀을 이끌고 있으며 '인간본좌'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프로게이머 김동건이 코치로 전격 합류했습니다. 또한 전 김가을 감독이 삼성 갤럭시 칸 사무국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한솥밥을 먹으며 열심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던 선수들이 이제는 어엿한 지도자가 돼 함께 팀을 이끌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색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들이 만들어 가는 삼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 그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선수에서 코치로...그들은 과연 잘 맞을까?
선수 시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동건과 송병구는 삼성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죠. 그때 송병구는 팀 내 에이스였고 김동건은 아직까지 주전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동갑내기였지만 팀뿐만 아니라 e스포츠에서의 두 사람의 위치는 분명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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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친했다고 말하기에 두 사람은 성향이 달랐다고 합니다. 물론 같은 팀이기 때문에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친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김동건. 솔직함이 무기인 김동건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나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송)병구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저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뛰어야 하는 위치였어요. 성적을 더 잘 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지배했기 때문에 주변을 살펴보지 못했어요. 동료들을 챙기기 보다는 내 성적 높이는데 온 관심이 집중됐어요. 그렇다고 막 이기적으로 산 것은 아니에요(웃음). 오해는 말아 주세요."

"(김)동건이가 이기적인 선수는 아니었어요. 저 역시도 연습하고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한 것도 있으니까요. 서로 어렸어요. 기본적으로 친하긴 했지만 배려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그때는 다들 같이 어울리고 친했지만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지는 못했어요."

이제는 많이 성숙해졌기 때문일까요?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뒤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배려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그때와는 또 다른 인연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진짜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조율하면서 진짜 인간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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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냥 입을 다물거나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게 편했으니까요. 하지만 서로 나이를 먹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당연히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기 시작한 거죠."

두 사람은 지금도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차라리 싸울지언정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코칭 스태프가 하나로 의견을 모으지 않으면 팀을 운영하는데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인데요. 송병구와 김동건은 코치로 부임한 후 자신도 모르게 계속 성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잘 맞냐고 물어보면 '세상에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반문하고 싶어요. 잘 맞는다고 생각해 결혼한 사람과도 이혼하잖아요. (송)병구와 저는 잘 맞는다기 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많은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방안을 이끌어 내는 좋은 조력자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사람이기에 생각이 다른 부분도 많지만 이제 그걸로 싸울 나이는 지났죠(웃음)."

◆선수 출신 코치의 고민
두 사람 모두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선수 출신 코치라는 사실입니다.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선수들이 필요한 것,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것,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누구보다 팀을 잘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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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오히려 선수 출신이기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코칭스태프들이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에게 성적 이상의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특히 군대에 다녀오고 현재 스포츠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동건 코치의 고민은 더 컸습니다. 사회에서 프로게이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한 김 코치는 선수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사회성을 기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군대에서 제가 프로게이머라는 것을 안 동기들이나 선임들이 왠지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했고 어떤 일을 하든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했어요. 프로게이머가 사회 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만날 몇 시간씩 게임만 해야 하는 것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프로게이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함께 군대 생활을 했던 사람들에게 프로게이머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긴 했지만 김동건 코치는 선수들이 사회에 나오면 자기가 느꼈던 시선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특히 최근 선수들은 정말 게임만 하고 다른 경험들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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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요즘 선수들이 정말 순수하게 게임만 하는 것 같아요. 물론 프로게이머는 그래야죠. 하지만 좋은 프로게이머는 연습 때 집중할 줄 알고 쉴 때 쉴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도 만나고 사회성도 길러보고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프로게이머를 그만 두고 나서야 깨달았거든요."

최근 김 코치와 송 코치가 선수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들이 더 나은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도 코치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이전 코치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연습을 한다고 과연 그 선수가 성적이 잘 나올까요? 아니에요. 그들은 정말 의미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연습에 임하고 있어요. 기계처럼요. 절대 실력이 늘지도 성적이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는 온 힘과 열정을 다해 연습에 임하고 쉴 때는 다시 연습에 임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죠. 훨씬 효율적이에요. 무작정 연습만 시킨다고 만사가 해결되지 않거든요."

확실히 그들은 성숙해 있었고 나이를 먹었고 사회 경험이 늘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당장 앞에 놓인 한 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을 그때보다 김동건과 송병구는 누군가에를 지도하기에 충분한 그런 지도자로 성장해 가고 있었습니다.

◆형 같은 코치 되고파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형 같은 코치이고 싶고 대화를 많이 하는 코치이길 원합니다. 또한 선수들에게 성적 이외에도 많은 것을 알려주고 가르쳐 주고 싶어 합니다. 물론 두 선수가 생각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는 같기에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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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기에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이 나오는 것 같아요. 서로 이야기를 통해 장점과 단점을 보완해 가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생각들이 (김)동건이와 제가 일치한다는 점이에요. 만약 이것까지 달랐다면 만날 싸웠을 것 같아요(웃음)."

"(송)병구와 약속했어요. 선수들이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게 됐을 때 사회에 나가서 그래도 우리와 이야기를 나눴던 것을 고마워 하고 우리의 생각들을 공감하게 되도록 이끌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눴죠. 그렇게 만들 겁니다. 자신 있어요."

물론 코칭 스태프에게는 성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선수들이 하나가 되고 효율적인 연습 방법을 찾으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믿고 의지하는 코칭 스태프가 될 수 있도록 두 사람은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며 토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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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겁니다. 성적에 연연해 중요한 것을 놓치는 코칭 스태프는 되지 않을 거에요. 앞으로 삼성 갤럭시 칸을 어떤 게임단으로 만들게 될지 기대해 주세요. 응원도 많이 해주실거죠?"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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