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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소설] 이데아 [여신의 눈물] - 3화 그녀의 눈물(3)

2015-06-12 18:09

[게임소설] 이데아 [여신의 눈물] - 3화 그녀의 눈물(3)
그녀의 눈물(3)



파팟!

새카만 구덩이를 발아래 두고 카문과 파루로니아는 계속해서 대치했다.

검붉은 기운과 은색의 기운이 앞으로 뻗어 나와 팽팽하게 맞붙었다. 아주 근소하게 밀고 밀리는 정도였다. 그 자리에서 멈춰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돌연 구름이 걷힌 하늘 사이로 달이 환히 떠올랐다. 그 순간 파루로니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여신께서 도우시는구나!’

페이서스족은 빛을 마나의 원천으로 삼는 종족이었다. 파루로니아는 고갈되어 가던 마나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몸이 선명하게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카문은 파루로니아의 몸이 더욱 밝게 빛나자 이내 상황이 불리하게 된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카문은 힘이 닿는 데까지 마나를 끌어올렸다. 검붉은 기운이 한층 부피를 더했다. 그러나 커져 가는 은빛의 기운을 막을 수 없었다.

“영겁의 감옥 아바돈에서 네 죄과를 깨우쳐라, 카문!”

파루로니아의 머리 위로 은빛의 마법진과 함께 거대한 창이 쇠사슬과 함께 튀어나왔다. 스피어가 찬란한 은색 광채를 뿜으며 검붉은 기운을 단숨에 찢고 그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파파팟!

“이런! 젠장할!”

카문이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그의 복부에 스피어의 날이 파고들었다. 카문이 비명을 내질렀다.

붉은 빛의 거대한 몸뚱이가 고통에 꿈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파루로니아는 눈에 힘을 주었고 은빛 쇠사슬이 카문을 속박하고 그의 붉은 피부를 파고들었다.

카문은 수십 개의 검은 검으로 쇠사슬과 자신의 피부 사이를 막았고 다른 검으로 쇠사슬을 잘랐다. 하지만 모두 은빛 쇠사슬에 간단히 깨지고 말았다.

“허튼짓이야!”

파루로니아가 밀어붙였다.

“역겨운 페이서스족 따위가, 감히!”

피를 토하며 카문이 외쳤다. 이대로라면 그의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러나 여신은 완전히 페이서스의 편은 아니었는지, 결정적인 순간 달이 구름에 가리고 말았다. 달빛이 사라지자 창의 위력이 한층 약해졌다.

‘아, 바이킨 여신이시여…….’

파루로니아가 한탄하는 찰나, 카문은 빠르게 몸에 두른 마나를 해제했다.

쾅!

폭음과 함께 카문을 속박하던 쇠사슬이 터져 나갔고, 그의 몸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의 모습을 찾으려던 파루로니아의 눈에 저 멀리 붉은 피부의 아고스 남자가 허공중에 떠 있는 것이 보였다.

“파루로니아!”

카문이 외치는 순간, 파루로니아의 아래에 거대한 마법진과 함께 엄청난 크기의 흙으로 된 두 손이 튀어나와 몸체를 잡았다.

“헉!”

파루로니아가 놀랄 겨를도 없이 카문이 손을 들었고 그의 머리 위로 붉은 마법진과 함께 수천 개의 검은 검들이 튀어나왔다.

쉬쉬쉬쉭!

카문은 드래곤의 형체를 유지하는 마나까지 모두 지금의 마법에 집중한 것이다.

형체를 버리고 남은 마나를 집중해 파루로니아를 공격했다. 그러기 위한 마지막 한 수이기도 했다.

대지 마법에 발이 잡힌 파루로니아는 본체를 버리고 그 힘까지도 자신을 죽이기 위해 마법을 쏟아 내는 카문의 선택에 당황했다. 하지만 거대하게 날아드는 수천의 검날을 지금의 힘으로는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선택은 빨랐다.

슈아악!

짙은 안개와 함께 파루로니아의 신형이 사라졌고, 그 속으로 수천 개의 검날이 빠르게 쏟아져 갔다.

쿠쿠쿠쿵!

대지로 떨어진 검날들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지만 땅은 이미 폐허로 변했고 거대한 두 손도 그 검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었다.

카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그보다 더욱 높은 하늘에서 요정의 날개를 한 은빛 헤스페리아의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의 뒤로 십여 개의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카문! 이곳이 네놈의 무덤이 될 것이다!”

파파팟!

마법진을 뚫고 나온 것은 수십 개의 거대한 물줄기였고 그 끝은 뱀으로 변해 카문을 덮쳐 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페이서스!”

카문은 자신을 덮치는 뱀을 쳐다보며 오른팔을 내밀었고 그의 손 앞에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검은 검이 튀어나왔다. 카문은 검으로 물줄기를 베어 버리며 파루로니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쾅!

터져 나가는 물뱀을 뚫고 날아오르는 카문을 향해 파루로니아는 요정의 날개를 펄럭이며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의 손에 은색의 창이 나타났고 그 끝에서 원형의 마법진과 함께 수십 개의 물화살과 쇠사슬이 튀어 나갔다.

“포기해라! 달이 떠 있는 이상 네놈에게 희망은 없다.”

파루로니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카문은 검을 휘두르다 어느새 구름을 반쯤 걸치고 있는 달이 보였다. 카문은 어금니를 깨물고 검을 휘두르며 창을 튕겨 냈다. 그의 신형은 어느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몸으로 은빛 물줄기와 쇠사슬이 날아들었다.

카문의 표정이 굳어졌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어금니를 깨물어야 했다.

“흥!”

그의 발아래 순간이동 마법진이 떠올랐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찢어 죽이겠다, 파루로니아!”

그 말만을 남기고 카문이 검은 아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카문이 사라지자 파루로니아는 날개를 펄럭이며 숨을 골랐다. 파루로니아는 카문을 뒤쫓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와 겨루느라 한계까지 마법을 쓴 탓이었다. 은빛의 몸 여기저기 전투의 흔적이 가득했다.

파루로니아는 전투를 벌였던 곳에서 꽤 떨어진 산 위에 내려앉았다.

“휴우…….”

긴 한숨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파루로니아는 절벽 위에 서서 파괴된 대지를 내려 보았다. 조금 전 카문과 전투를 벌였던 곳은 거대한 구덩이만 남아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아주 새카맣고 불길한 구덩이를 보며 파루로니아는 드래곤족의 오만과 탐욕을 떠올렸다.

‘드래곤들이 존재하는 한 이 땅은 평화로울 수 없어.’

파루로니아는 욱신거리는 어깨를 붙잡았다. 여유로운 척했지만 사실 파루로니아도 카문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그래도…….’

파루로니아의 입술에 꿍꿍이가 있는 미소가 비쳤다. 그녀는 손을 뻗었다. 하얀 구체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 파루로니아가 구체를 허공에 띄우자 거대하게 변했고 마법진이 되었다. 파루로니아는 마법진으로 걸어 들어갔다.

***

검은 하늘에 붉은빛의 마법진이 떠오른 후, 검은 아공간이 열렸다.

휙!

몹시 지친 기색으로 카문이 아공간을 나왔다. 붉은 드래곤의 꼬리가 완전히 빠져나가자 구멍이 삭 닫혔다.

깎아지른 암벽 위, 짙은 회색을 띠는 거대한 성채가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었다. 성 주위에 검은 구름이 두르고 있어 위압감을 더했다. 카문은 붉은 날개를 크게 펄럭인 후 성채로 활강했다.

쿠웅!

아치형의 거대한 문 앞에 카문이 내려섰다. 우지직우지직 소리를 내며 그의 날개가 줄어들었다. 붉은 비늘이 사라지고, 이내 그의 피부가 맨송맨송하게 변했다. 그 자리에는 거대한 붉은 드래곤 대신 아고스 남성이 한쪽 다리를 꿇고 웅크리고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드래곤일 때와 다름없는 선명한 붉은 피부, 그 위에 드리운 칠흑 같은 머리카락이 대비돼 이질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빛을 발하며 주변을 슥 돌아보았다.

“돌아오셨습니까, 카문 님.”

오른팔인 키르쿠스가 황급히 그를 맞았다. 시종이 그의 나신에 외투를 걸쳤다. 키르쿠스의 인사를 받던 카문은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카문의 얼굴에 극도의 분노가 비쳤다.

“빌어먹을 페이서스…….”

“우선 회복의 방으로 가시지요.”

키르쿠스의 걱정스러운 말에 카문은 어금니를 짓씹으며 회복의 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갈비뼈 아래 움푹 팬 상처 밑으로 붉은 뼈가 살짝 드러났다. 치유 드래곤들이 모여 그의 배에 회복 마법을 걸었으나 마법에 당한 상처가 너무나 깊어 쉬이 아물지 않았다.

“비열한 페이서스족! 파루로니아 그년을 산 채로 갈가리 찢어 죽여도 시원찮아!”

카문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욕지거리를 뱉었다.

“이봐, 얼마나 더 걸리나!”

카문이 으르렁거리자 녹색 피부의 세 마리 드래곤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원체 부상이 깊으신 데다 알 수 없는 힘이 끼어들어 치료를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시간을 더 주시면…….”

“카문 님, 긴히 드릴 말씀이.”

문 앞에 카문의 또 다른 심복인 쿠하스가 서 있었다. 카문이 눈짓하자 키르쿠스와 쿠하스만 남고 다른 드래곤들이 물러났다. 쿠하스가 그의 앞에 부복했다.

“‘여신의 눈물’이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쿠하스가 위치가 적힌 지도를 내밀자 키르쿠스가 받아 카문에게 건넸다. 지도에 이중 삼중으로 얽혀 있는 마법을 카문은 그저 눈빛으로 해제한 후 지도를 살폈다.

“부하들을 보내 가져오도록 할까요?”

키르쿠스가 넌지시 물었다. 카문이 왼손을 들어 보였다. 부정의 뜻이었다.

“전송 마법진을 준비해라. 상처가 아무는 대로 몸소 여신의 눈물을 가지러 가겠다. 정보가 새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예.”

카문의 명령에 키르쿠스와 쿠하스가 답했다.

“이번에야말로 파루로니아, 그년의 사지를 뽑아 놓겠다.”

카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chr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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