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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판호와 서머너즈워

강성길 기자

2017-03-31 15:03

최근 탑승한 택시에서 운전 기사의 푸념을 들었다. 명동에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그 쪽으로는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최소 하루에 5팀은 중국인들을 태웠는데 요즘엔 중국말을 못들은지 꽤 됐단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거세다. 중국인 한국 관광 제한부터 시작해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정지, 한류 드라마 방영 금지 등은 물론 중국발 디도스 공격이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불똥은 게임업계까지 튀었다.

일단 중국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중국 게임업체에게 '한국게임 신규 판호 금지 방침'을 구두로 전달했다. 판호를 받지 못하면 중국 업체와 계약을 했다한들 게임을 출시할 수 없다. 판호는 우리나라의 등급분류와 비슷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를 거부하면 국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로 게임업계가 꽤나 시끄러웠다. 마치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길이 완전히 막힌 것 마냥 여러 뉴스가 쏟아졌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한국 게임 판호 금지는 중국 측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또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지연되고 있지만 그 외 다른 국가의 게임 역시 마찬가지라거나, 판호 발급 자체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까지 다양한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의 피해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최근 중국에서 흥행한 국산 게임은 없다. '크로스파이어'나 '던전앤파이터' 등이 오랫동안 중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이후 국산 게임이 중국에서 흥행한 사례는 없다. 어차피 중국 매출 의존도가 낮은 상황에서 중국 진출이 막힌다고 한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중국 시장이 큰 시장은 맞다. 한국에서 매출 1위를 하는 것과 중국에서 매출 1위를 하는 것은 금액부터 다르다. 그래서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빅마켓이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는 전세계 각지에서 고른 성적을 거두면서 최근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국산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최초다.

컴투스에 따르면 이 게임은 2014년 6월 글로벌 출시 이후 54개국 애플 앱스토어, 11개국 구글플레이에서 게임 매출 1위에 올랐다. 국내 게임업체 중 누구도 쉽게 공략하지 못했던 미국 시장에서 매출 4위에 올랐고, 일본에서는 매출 6위를 기록했다. 빅3 마켓 중 두 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물론 유럽, 남미, 동남아 등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컴투스는 중국에서의 성과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둔 것은 맞겠지만, 일단 앱애니 기준으로 '서머너즈워'는 매출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꼭 중국에서 흥행하지 않아도 매출 1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서머너즈워'는 보여줬다.

3월 초 가수 최백호는 40주년 기념앨범 발매 행사에서 사드 배치와 맞물려 불거진 한한령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중국 없이도 살았고, 이 기회로 내실을 다지면 더 좋은 한류의 기회가 올 거라고. 게임업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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