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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올림픽과 네티켓

이원희 기자

2018-02-20 19:09

[기자석] 올림픽과 네티켓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과 남북 단일 '코리아' 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설원과 빙판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녀 쇼트트랙과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호성적 덕에 한국은 메달 레이스에서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는 응원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과거 국내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편파 응원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요. 자국 선수들에 대한 응원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경쟁국 선수들을 외면하거나 야유를 보내는 식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 응원단은 국내 선수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열띤 응원으로 현장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아쉽게 한국 선수의 메달 획득이 좌절된 상황에서도 뜨거운 성원과 격려를 보냈고, 한국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딴 외국 선수들에게도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물론 한국의 스타 플레이어가 출전할 때 응원 함성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한국 선수의 성적을 떠나 그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장을 찾은 관중들이 보다 성숙해진 응원 매너를 선보인 것과는 달리 온라인 공간에서는 아쉬운 상황이 여전히 이어졌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경쟁국 선수나 저조한 성적을 보인 대표팀 선수들에게 과도한 '악플'을 남기는 모습을 여러 인터넷 공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선수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네티즌들이 더 많지만 그들을 조롱하고 인격까지 모독하는 악성 댓글들을 상습적으로 남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같은 인터넷상의 '악플'들이 온라인 게임과 오버랩됩니다. 게임 안에서 욕설을 비롯한 공격적인 언어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이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은데요. 최근 들어 팀 기반 경쟁 게임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용자간 언어 폭력 문제가 더욱 대두되고 있습니다. 팀원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퍼붓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나 개인 방송도 게이머들의 폭언 사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게이머들이 커뮤니티를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서 어원이 좋지 않은 신조어나 은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이를 가벼이 여기고 있습니다. 개인방송 스트리머 중 일부는 시청자 확보라는 명목 아래 과한 욕설과 폭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나이 어린 청소년 시청자들이 유명 BJ의 욕설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경우도 많아 우려스럽습니다.

게임 서비스 업체들은 꾸준히 욕설 사용 이용자에 대해 제재하고 있지만 악성 이용자 근절에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신고만으로 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고, 채팅 금지 등의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이머들의 네티켓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집니다. 단순 처벌 강화만으로 악성 이용자 근절을 이뤄내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너 플레이 보상이라는 당근을 내세워 문제 상황을 개선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게임 내 욕설 이용자는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최신 게임들은 음성 채팅 기능까지 자체 지원하고 있습니다. 소통 채널이 늘어날수록 욕설이나 폭언으로 입게 되는 스트레스도 증폭될 수밖에 없는데요. 악성 게이머의 욕설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는 이용자라면 차라리 게임 속 채팅 기능이 없어지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올림픽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 관중들의 성숙한 응원처럼 모두가 즐겁게 소통하며 게임에 임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은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이원희 기자

clean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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