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칼럼] '슈퍼마리오'에서 '폴가이즈'까지, 플랫포머의 역사①

2020-10-01 19:08
데일리게임이 2020년 하반기를 앞두고 새로운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개발자이자 게임작가인 동시에 열혈 게이머인 필자 '소금불'이 게임과 관련된 주제를 개발 경험을 살려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할 예정입니다.

[글='소금불' 김진수 잼아이소프트 대표] 최근 '폴가이즈'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플랫폼 위에서 귀여운 캐릭터들이 좌충우돌하면서 골인 지점까지 경주하는 이 게임은 7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큰 유행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폴가이즈'는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인데, 기본 액션인 점프를 활용해 스테이지(플랫폼)를 진행하고, 특정 임무도 수행하면서 엔딩 지점까지 골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폴가이즈'는 플랫폼게임 역사의 끝에서 최고로 빛나는 작품이 됐는데요. 과거의 명작들(14개)의 의미를 하나씩 반추하면서, 플랫포머 장르의 발전과 변천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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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소시지, 완숙 계란같은 귀요미들이 플랫폼에서 경주를 벌이는 웃기는 겜('폴가이즈', 미디어토닉).
1. .태초에는 버섯을 좋아하는 아재가 있었노라, '슈퍼마리오 브라더스(1985년)'

우선 장르의 기원이 된 작품부터 살펴보죠. 오늘날, 게임 명가 닌텐도를 있게 한 위대한 게임, '슈퍼마리오'는 위기에 빠진 개발사를 구한 구세주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는 유년 시절, 풀밭에서 뛰어 놀던 추억을 모티프로 게임을 만들어 전 세계 4000만 장 판매라는 메가히트를 기록하고 '게임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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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눈종이로 레벨디자인을 한 그의 작업물은 훗날 많은 게임개발자의 귀감이 됐다(닌텐도 유튜브).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풀 더미와 구름이 색만 다르고 모양이 같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빈약한 게임기 사양을 극복하려는 개발자의 꼼수입니다. 열악한 하드웨어 사양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이머들은 '슈퍼마리오'를 통해 초원, 지하 던전, 바다, 성 등 여러 스테이지를 누비며 환상적인 모험을 만끽했습니다. 그게 다 닌텐도의 저력과 미야모토의 상상력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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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리소스 하나까지 재활용하면서 카트리지 용량을 아껴쓰던 시절('슈퍼마리오', 닌텐도).
2. '유다희' 여신의 저주를 받은 3등신 로봇의 모험, '록맨(1987년)'

'록맨'은 달리면서 총을 쏘는 런앤건(Run&Gun) 형식을 채용했습니다. 보스 능력을 흡수하고 보스의 약점을 파악해 하나씩 격파하는 재미가 포인트입니다. 물론 발 한 번 헛디뎌 가시밭길에 떨어지면 가차없이 즉사하는 험악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용자를 스테이지 처음부터 '뺑뺑이' 돌리는 페널티도 이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죠. 어쩌면 하드코어 게임으로 유명한 '다크소울'의 흥행도 '록맨' 같은 고전게임에 익숙한 닌텐도 키드들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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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계란 같은 총알과 점프, 한 번의 타이밍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된다. 쓰디쓴 재도전의 과정을 겪으며 인생의 진리를 배울 수 있는 게임('록맨3', 캡콤).
이 게임 역시 열악한 콘솔 시스템 탓에 세이브가 불가능했습니다. 필자가 어릴 적, 한판 깰 때마다 모눈종이에 세이브 패스워드를 꼼꼼히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2D 횡스크롤 게임의 유행이 시들며 '록맨' 시리즈도 역사의 뒤안길로 묻혔지만, 최근에 시리즈가 '록맨11'로 부활하면서 팬들에게 열렬한 환영과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3. 기저귀 용사의 전설 같은 동전 짤짤이. '원더보이 인 몬스터 랜드(1987년)'

사정거리 안의 적에게 타이밍 맞춰 검을 찔러 넣는 게 기본입니다만, 멋진 마법 아이템과 동전 파밍의 묘미, 그리고 흥미로운 레벨디자인까지 갖춘 걸작입니다. 불과 1시간 짜리 아케이드 게임 안에 이토록 완벽한 구성을 맞춘 게임은 보기 드물 겁니다. 풀템을 맞춰 회색기사가 됐을 때의 뿌듯함과 저축해 뒀던 마법을 쏟아부어 마지막 보스를 깼을 때의 희열은 이 게임의 최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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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곳곳의 비밀장소 발견은, 설레임 그 자체('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 세가).
필자는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최근에도 즐겨 찾는 신기한 고전게임입니다. 이 게임 역시 리메이크와 컨셉트를 계승한 후속작이 나올 정도로 활발하게 오마주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플랫폼 게임에 롤플레잉의 재미를 절묘하게 가미한 이 작품은 게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일 것입니다.

4. 배관공 아재의 신기방기 의상 콜렉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3(1988년)'

'슈퍼마리오' 3탄은 전작의 퀄리티와 볼륨을 몇 배나 뛰어넘은 엄청난 후속작입니다. 이 겜의 백미는 의상별로 활동가능한 공간이 달라지는 게임 플레이 메카닉입니다. 이용자는 의상만 봐도 게임의 룰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 범벅인 요즘 게임들도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수십년 후, 시리즈 최신작인 '마리오 오딧세이'에서도 이 탁월한 기법이 계승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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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빚은 게임('슈퍼마리오3', 닌텐도).
팬들이 '마리오' 시리즈 순위를 정할 때마다, 3탄은 늘 최상위 티어(Tier)에 올려두곤 합니다. 요즘 말로 '갓겜'의 기준을 세운 작품이죠. 어릴 적 필자에게는 방학숙제와 '마리오' 3탄,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게 했던 악마의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물론 개학 직후 피맺힌 회초리였죠.

5.달빛 아래 찬란하게 핀 메트로바니아,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1997년)'

1997년, 소니의 첫 번째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의 흥행의 중심에 있었던 이 게임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걸출한 게임성을 자랑하며 많은 팬들을 거느렸습니다. 이 작품의 게임성을 관통하는 것은 닌텐도의 게임, '슈퍼 메트로이드(1994년)'의 스타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유기적으로 구성된 스테이지와 그 안의 맵을 한 칸 한 칸 채워 나가며 성장의 재미를 느끼는 게 특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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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 달성율 200%를 넘기 위해 밤을 꼬박 새웠던 분들도 많을 것이다('월하의 야상곡', 코나미).
원래 이런 스타일의 시작은 '메트로이드'이지만 '월하의 야상곡'의 크나큰 성공 덕분에 장르의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결국, '메트로이드(Metroid)'와 '악마성 드라큘라(Castle Vania)', 두 제목이 합성돼 '메트로바니아'라는 이름의 장르가 확립됐습니다. 온라인게임 상점을 뒤지다 보면 장르 분류 태그에서 심심치 않게 이 단어를 발견할 수 있죠. 필자는 1회성으로 소비되는 플랫폼 게임의 단점을 극복하고, 퀄리티와 볼륨의 업그레이드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악마성의 아버지'라 불리는 감독, 이가라시 코지가 회사와 갈등 후 퇴사하는 바람에 이 사랑스러운 시리즈의 명맥이 끊기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팬들의 성원(크라우드 펀딩)을 바탕으로, 신작 '블러드 스테인드'를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화려하게 '메트로바니아' 장인으로 컴백했습니다.

또한, 이 장르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채택돼, 현재도 많은 메트로바니아표 수작들('리비라비', '모모도라', '루나 나이츠'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6.유쾌한 고양이의 플랫폼 게임 비틀기, '쇼본의 액션(2007년)'

국내에서는 '고양이 마리오'로 더 유명한 게임이죠. '슈퍼마리오' 패러디게임, '쇼본의 액션'은 무식하고 황당한 레벨 디자인으로 악명을 떨쳤던 게임입니다. 무대 곳곳에 대놓고 이용자를 엿먹이고 암기를 강요하는 트릭은 불쾌함보다 엉뚱한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이 황당한 게임은 게임 BJ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스트리밍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필자에게는 플랫포머 장르의 대중화를 가속화시킨 기특한 게임으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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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때리는 게임성과 엉성한 그래픽이 잘 어울리는 귀여운 게임('쇼본의 액션', 치쿠).
7. 파쿠르 액션게임의 표준, '미러스 엣지(2008년, 다이스)'

맨몸으로 고층 빌딩숲을 누비는 1인칭 3D 액션게임으로, 모든 정보를 통제하려는 정부와 날것의 '진실'을 전파하려는 주인공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주요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의 최대 무기는 바로 파쿠르 능력으로 본 게임의 핵심 게임플레이 메카닉이기도 합니다. 옥상 끝에서 온 몸을 날려 타워크레인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착지하는 장면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짜릿한 순간입니다. 이런 느낌을 고조시키는데 1인칭 시점을 선택한 것은 정말 칭찬할 점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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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거친호흡을 함께하며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의 스릴과 현장감은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미러스엣지', 다이스).
게임 무대가 회색 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1인칭 시점이라 길을 헤맬 수 있는 불편함이 상존합니다. 개발사는 주요루트를 다른 색으로 대비시켜 자연스러운 길 안내를 의도했습니다. 이런 과감한 스테이지 디자인 덕분에 세련된 비주얼을 갖추게 됐고, 이 게임의 트레이드 마크로서 많은 이용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2편에 계속)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