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소금불' 김진수 잼아이소프트 대표]
'브레이드'는 시간을 제어해 퍼즐을 풀며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공주를 구하러 가는 남자의 평범한 스토리 같아 보이지만 그 속엔 심상치 않은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발매일(히로시마 원폭)부터 심상치 않은 이 게임은 핵 과학자의 후회와 뒤틀린 기억들이 은유적으로 스토리와 게임의 룰에 녹아 있습니다. 특히 반전이 담긴 엔딩 연출은 전율 그 자체입니다.

'브레이드'와 더불어 인디게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게임입니다. 고난이도 플래시게임이 유행할 당시 등장한 이 게임은 콘솔(Xbox Live Arcade)로도 등장해 큰 히트를 쳤습니다. 귀여운 비주얼을 띄고 있지만, 게임성은 굉장히 하드코어합니다. 단 한 번의 컨트롤 미스로 피와 살점이 갈리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자세를 고쳐 앉고 게임화면에 집중하게 됩니다. 마치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맛에 눈물이 찔끔 나오지만 자꾸 손이 가는 매운 떡볶이 같은 게임입니다.

10. 도굴꾼으로 이직한 울트라 마라토너의 액션, '템플런(2011년)'
10여 년 전 아이폰 등장 후 스마트폰이 한참 보급되던 시절, 어플리케이션 흥행의 중심에서 우뚝 섰던 런닝(Running)류 게임입니다. 유물을 훔치고 악마를 피해 전력 질주하는 이 게임은 중독성 있는 재미로 많은 엄지족의 자투리 시간을 지배했습니다.

11. 차원전환에서 꽃 피는 착시의 묘미, '페즈(2012년)'
3D 축을 돌려 착시를 이용해 길을 찾는 게임으로, 2D 세계의 주인공이 신비한 힘을 지닌 모자를 쓰고 모험을 하는게 주요 스토리입니다. '일본겜은 쓰레기'라고 독설을 펼쳤던 '페즈' 감독, 펠피쉬의 거친 입담과 대조적으로 매우 예쁘고 산뜻한 퍼즐 액션게임으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닌텐도 키드였던 펠피쉬는 '출시 좌절=극단적 선택'이라는 섬뜩한 각오를 가지고, 완벽한 게임 디자인을 위해 숱한 연기도 마다 하지 않으며 게임 개발에 임했습니다. 특히 '테트리스'를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맵 디자인은 그의 집념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모 공개 직후 큰 반향을 이끌어내면서 일약 게임업계의 스타가 됩니다.

12. 크리에이터가 되는 기쁨, '마리오 메이커(2015년)'
이젠 플랫폼 게임은 직접 만들어서 갖고 노는 친숙한 장르가 됐습니다. 닌텐도는 간편한 제작 인터페이스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게임 개발에 서툰 일반 게이머들을 배려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맵 공유 옵션과 소셜 기능도 충실히 구비해, 커뮤니티 활성화와 게임 스트리머들을 전략적으로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적극적인 이용자들의 SNS 활동 덕분에 바이럴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져 다른 시리즈 못지않게 큰 히트를 누렸습니다. 게임 개발 입문자에게도 공부가 될 만한 타이틀이니 꼭 한 번 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장장치의 속도를 특화시킨 차세대 게임기, PS5의 파워 덕분에, 이제는 순식간에 디자인 애셋 로딩과 스테이지 전환이 가능해졌습니다. 3인칭 3D 플랫폼 액션게임, '라챗앤크랭크'의 데모 영상은 정신없는 게임월드의 변환과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로 많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14.우당탕탕 버라이어티 온라인 운동회, '폴가이즈(2020년)'
이 글의 마지막 주인공인 '폴가이즈'는 온갖 함정이 세팅된 플랫폼을 뚫고 최후의 1인이 되는 게 목적입니다. 배틀로얄 장르의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케주얼한 게임성을 선보인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출시 1주 만에 스팀에서 200만 장 판매를 기록하고, 트위치의 총 시청량에서 2300만 시간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이 처음부터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출시 전 개발사는 10곳의 퍼블리셔들 사이를 헤매면서 개발자금을 어렵게 마련하기도 하고, 게임을 론칭하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후 출시돼 큰 흥행을 일궜고, 최근 2500만에 달하는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도 확보하면서 대박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마치며
8비트 컬러로 그려진 배관공의 모험부터 랜선 친구들과 벌이는 운동회까지, 여러 게임기법과 조화를 이루며 변주되고 발전한 플랫포머 장르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플랫폼 게임 메이커로서, 한 몫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필자는 이 장르의 팬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플랫폼 게임 포에버!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